행복의 정원/생활글

아내말 들으면 손해는 안본다?

풍월 사선암 2008. 11. 8. 16:29

 

아내말 들으면 손해는 안본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어휴, 그때 마누라 말만 들었어도…."


한번이라도 이런 후회를 해보지 않은 남편이 얼마나 될까. 아내 자랑하면 '팔불출'이요, 아내 말을 들으면 '공처가'라는 놀림은 화석이 된 지 오래다. 굳이 힐러리 클린턴이나 에비타, 평강공주를 들지 않더라도 자고로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성공한다고 했다. 아내는 반려자이자 현명한 조언자이며, 아내의 말은 성공의 이정표다. 그렇다면 왜 아내의 조언은 십중팔구 맞아떨어지는 것일까.


◆아내 말을 들을 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박정훈(35)씨. 매일 아침 박씨가 가장 신경을 쓰는 건 그날의 날씨다. 도로의 자동차 바퀴가 물을 차내지는 않는지, 하늘에 먹구름은 없는지 유심히 관찰한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닌 탓이다. 얼마 전 아침을 먹던 박씨에게 아내가 말했다. "오늘은 차 가지고 가세요." "비도 안오는데 뭘…." 아내가 거듭 말했다. "바람이 막 부는게 날씨가 심상찮아요." 박씨는 아내의 충고를 단칼에 잘랐다. "바람 부는거랑 자전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러나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나온 박씨가 아내 말을 곱씹는데는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들면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 서둘러 가까운 건물로 피했지만 비는 그칠 줄 몰랐고, 박씨는 자전거를 건물 경비원에게 맡기고 택시까지 잡아 탔지만 지각을 면치 못했다. 박씨는 "옷은 비에 젖은데다 바람까지 부는 통에 감기까지 걸렸다"며 "아내의 말을 들을 걸 하며 후회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41)씨는 아내가 신기하기만 하다. 경제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 아내가 내놓는 족집게 재테크 덕분이다. 두 달 전쯤 아내는 100달러를 가져왔다. 아내는 그 돈으로 외환통장을 만들더니 원·달러 환율이 1천360원을 돌파하자 내다 팔았다. 이후 환율은 잠시 1천400원대까지 올랐지만 이내 1천20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말쯤 아내는 집안에서 금을 모았다. 순금, 백금, 18K까지 이씨가 선물한 금붙이를 모두 모으더니 팔겠다고 했다. 당시 런던 금가격 지수는 900대. 이씨는 선물로 준 것들을 어떻게 팔 수가 있냐며 반대했고, 며칠 뒤 금값은 뚝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가 1천대를 오르락내리락하던 지난달 말, 아내가 주식 투자를 하겠다며 나섰다. "아직 바닥이 확실치 않으니까 분할 매수로 조금씩만 사." 이씨의 충고에도 아내 '코덱스(KODEX) 200'(코스피 지수 수익률을 그대로 추적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을 매입했다. 당시 최저가는 1만1천750원. 이씨는 갖고 있던 주식을 손절매했지만 현재 아내의 수익률은 20%가 넘는다. 이씨는 "아내가 하자는 대로만 했어도 꽤 이익을 올렸을 텐데"라며 "이제부터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을 인생 철칙 중 하나로 삼고 아내가 하지 말라는 것은 절대 안 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저돌적인 남편과 신중한 아내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 아내의 충고는 늘 빛을 발한다. 아내가 남편보다 똑똑해서일까? 그럴수도 있겠지만 심리학적인 선호도가 다른데서 오는 요인도 크다. 남성의 경우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는 반면, 여성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새로운 일을 착수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것. 남성은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밀고 나가려 하지만 여성은 좀더 신중하게 과거의 실패 경험을 되짚어 본다는 뜻이다. 실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뜻한 바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게 마련이고 성공 확률은 10~20%에 불과하다. 이 경우 남편은 성공 확률 10%를 보고 달리지만 아내는 실패 확률 90%에 더 주목한다. 따라서 아내는 좀 더 신중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반면, 남편은 다소 즉흥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남성은 자신의 판단에 의존해 홀로 결정을 내리지만 여성은 주변의 조언을 충분히 경청한 뒤에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심리학적 차이가 생기는 데는 사회 환경적인 영향 크다"고 말한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양육 환경이나 기대되는 사회적 역할이 다르다는 얘기다. 사회적으로 남성에게는 강한 추진력과 돌파력이 요구되는 반면, 여성에게는 현상 유지나 신중함이 강조된다는 것. 성한기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내는 대체로 남편이 충분히 의논을 한 뒤에 결정을 내리길 원한다"며 "아내는 남편에게 자꾸 물어보고 조언을 하지만 남편은 이를 잔소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내는 좌뇌, 남편은 우뇌


선천적으로 남녀의 두뇌활동에서도 차이가 난다. 남성은 주로 뇌의 우반구가 발달한다. 우반구는 운동과 활동성, 공간지능의 중추이다. 수리와 스포츠, 운전에 남성이 더 강점을 보이는 이유다. 반면 여성들은 좌반구가 발달한다. 좌반구는 언어능력과 판단의 중추다. 실제 여성의 언어 구사 능력은 남성의 3배에 이른다. 여성이 대화에 뛰어나고 언어 관련 직업에 많이 종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성은 한 가지 일에 대한 집중력이 강하고 여성은 방어적이며 전후 관계를 살피는 '거미집 사고'를 한다.


이 같은 선천적인 차이 때문에 아내는 남편이 아무리 둘러대고 거짓말을 해도 내면에 감춰져 있는 진실을 파악하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이른바 여성의 '육감'이다. 행여 휴일에 아내 몰래 놀러가기 위해 회사 핑계를 댄다면 아내들은 십중팔구 낌새를 눈치챈다. 그 흔한 상갓집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아내는 눈치를 채면서도 모른 체하고 있다가 참을 수 없는 한계에 이르면 한꺼번에 폭발한다. 또한 아내는 기억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남편의 행동 중에서 세심하고 세세한 부분까지도 기억하고 판단할 수 있다. 아내는 남편의 평소와 다른 행동이나 말투를 알아채고 주변 환경을 세밀하게 판단한 후에야 '이래저래 하라'고 충고하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광선 경북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남편과 아내는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존재들이므로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협력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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