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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강남시대’ 삼성, 맨꼭대기층은? 쉬~잇!

풍월 사선암 2008. 10. 26. 13:43

본격 ‘강남시대’ 삼성, 맨꼭대기층은? 쉬~잇!

층별 배치 보면 삼성 보여…회장실 한 때 검토

철통보안 첨단 인텔리전트…풍수지리 ‘설…설’

  


                A동 / 지상 34층, 지하 7층 - 삼성생명 소유

                입주사 : 삼성중공업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에버랜드

                삼성사회봉사단 삼성토탈 등과 일부 임대


                B동 / 지상 32층, 지하 7층 - 삼성물산 소유

                입주사 :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상사부문


                C동 / 지상 44층, 지하 8층 - 삼성전자 소유

                입주사 : 삼성전자 삼성코닝정밀유리 삼성전기 삼성SDI 사장단협의회 업무지원실


‘쉿! 삼성이 움직인다.’


삼성이 다음달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시대를 마감하고 서초동으로 대이동에 나선다. 지난해와 올 2월에 걸쳐 서초동 삼성타운 A동과 B동에 삼성중공업·삼성물산 등이 입주한 데 이어 현재 마무리 공사 중인 C동에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삼성에스디아이(SDI) 등 삼성의 간판 계열사들이 입주를 마치면 명실상부한 ‘서초동 시대’가 열린다. 자랑도 할 만하건만, 이사 규모부터 건물 배치까지 아직 많은 부분이 ‘비밀’이다.


일흔살 먹은 대한민국 최대 기업의 강남 이사엔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공판도 2심까지 삼성에 유리하게 마무리된 시기다. 1997년께부터 터를 사들이며 진행시켜 온 10년 프로젝트의 완성과 함께,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새 무대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이 한강을 건너는 이유는?


지금은 눈부신 유리건물 세 동이 하늘을 찌르는 서초동 1320번지 일대 25만㎡(7만5천여평)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겨울이면 동네 꼬마들을 상대로 불법 스케이트장이 들어서던 나대지였다. 오랫동안 시외터미널 터로 묶이고 풀린 이후에도 토지구획이 정리되지 않아 상업용지임에도 변변한 건물이 들어서지 못했던 곳이다. 토지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곳에 본격적으로 삼성의 이름이 등장하는 건 1997년부터다. A, B동을 합친 것보다 넓은 대지에 들어서는 C동 터의 경우, 2004년 삼성전자로 최종 소유권이 넘어오기까지 삼성물산·제일모직·코닝 등 각 계열사가 쪼개 이 토지를 사들였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산다는 소문이 나면 집값이나 땅값이 뛰어 감당 못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이름으로 쪼개서 사고 나중에 이름을 옮기는 형태가 됐다”며 “실제 사들인 건 97년 이전부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궁금하다. 왜 하필 이곳일까. 풍수지리론에 밝은 ㄱ아무개 교수는 “삼성의 승지원이나 태평로 본관을 보면 다른 기업과 땅을 쓰는 급수가 다르다”며 “서초동 땅도 풍수지리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동 새 사옥을 두고는 풍수지리학자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리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태평로보다 훨씬 터가 안 좋다”는 평가도 내린다. 삼성이 비자금 문제로 곤욕을 치른 것을 새 사옥 터의 풍수지리 문제와 연관짓는 호사가들도 있다. 하지만 올 2월 삼성물산이 B동에 입주한 뒤 열린 기원제에서 한 풍수지리학자는 “관악산과 청계산이 겹쳐지는 지점이 품안에 쏙 들어와 재물이 몰려오는 곳”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또 기초공사 당시 삼성그룹의 한 인사가 풍수지리학계의 유명한 교수를 직접 데리고 와 땅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교수는 “왠지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좋다는 말을 해주니 안심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사실 땅은 무대일 뿐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교통 좋지, 대로 넓지 기업으로선 최고 아니냐”고 말했다.


사실 삼성이 서초동으로 가는 데는 ‘강남시대’의 당위성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 업무지원실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 가면 한 도시가 거의 한 기업의 타운처럼 된 곳도 많다”며 “외국 바이어들이 왔을 때 깊은 인상을 남길 만한 곳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강남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는데, 규모도 되면서 땅값이 비교적 오르지 않은 유일한 노른자위가 바로 그곳이었다”고 전했다. 부동산이 바닥을 치던 97년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땅을 매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층배치를 보면 삼성이 보인다


삼성본관의 주인은 삼성그룹 내 힘의 변천사를 설명해준다. 태평로 삼성본관의 경우 1976년 동방생명 빌딩으로 출발해, 80년대 삼성물산에 넘어갔다가 97년 당시 삼성전자가 2300억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그 본관의 층배치는 바로 삼성 내 권력관계를 보여줬다. 태평로 삼성본관 꼭대기층엔 원래 대회의실과 이건희 회장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아래 두 층을 전략기획실이 사용했다.


이번 서초동 타운의 경우도 역시 관심은 삼성전자가 입주하는 C동이다. 층별 배치를 놓고 삼성 내부에선 미묘한 기류가 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꼭대기층에 이건희 전 회장의 집무실을 만드는 계획도 한때 검토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회장 복귀설 등 잡음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일단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순봉 삼성물산 부사장은 “회장실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C동의 한 층 넓이는 2500㎡ 안팎인데 43층만 1079㎡ 정도(맨 위층인 44층은 기계실)다. 이 꼭대기층엔 사장단협의회 관련 대회의실, 브랜드관리위원회실, 귀빈 접견실 등만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지원실도 ‘집주인’인 삼성전자보다 위인 41층이나 42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소속인 이학수 고문과 윤종용 고문의 사무실 위치도 관심사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전적으로 두 분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아직 이야기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와 에스디아이·코닝은 20~21층을 쓰게 되고 나머지는 전부 삼성전자가 쓰게 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뺨치는 건물


삼성은 이곳을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스’처럼 서울의 도심 랜드마크로 만들 야심을 갖고 있다. 제일기획에 의뢰해 뽑은 후보 명칭 몇 가지를 놓고 내부 설문조사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들어가는 C동에는 세 층을 이용해 거대한 홍보체험관을 만들고, 600여평을 개방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친숙한 이미지의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마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서초동 사옥은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다. 창문을 통한 도청을 방지하기 위해 진동주파수가 발사되고, 지문인식은 물론 정맥인식 장비도 설치돼 있다. 사내 모든 정보기술 기기에는 전자태그를 설치해 밀반출을 감시하는 등 ‘철통 보안’을 자랑한다. 햇빛양에 따라 커튼이 자동으로 여닫히고, 실내 인구밀도를 무선주파수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 측정해 자동으로 온도 및 환기 조절이 이뤄진다. 또 사내 어디서나 휴대전화를 통한 모바일 서류 결재가 가능하고, 프린터 토너나 용지가 부족하면 자동통보가 이뤄지는 식이다. 삼성 계열사 한 직원은 “솔직히 너무 보안이 철저한 곳으로 옮긴다고 생각하니 불편하거나 답답할 거라는 직원들도 많다”고 전했다.


꿈틀대는 주변

  

이사는 11월 초부터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11월 14~15일과 21~22일 집중적으로 움직인다. 현재 삼성본관의 인원은 3천여명. 여기에 일부 흩어져 있던 삼성전자 사업장과 삼성전기·에스디아이·코닝의 서울사무소 직원까지 합치면 이사 인원은 약 3500여명에 이른다. 올해 초 삼성물산 3천여명이 이사했을 때 짐 규모는 5톤 차량 345대 분량인 1725톤이었으니, 이를 크게 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사물과 서류를 제외하곤 책상 등 대부분의 사무용품을 두고 가기 때문이다. 업무의 연속성과 강남역 부근의 혼잡을 고려해 하루 업무를 오후 5시쯤 끝내고 짐싸기를 시작해 서초동으로 이동할 계획이라, ‘황혼 속의 이사’가 될 전망이다.


삼성이 옮겨오면서 이 일대는 또하나의 비즈니스 타운으로 탄생할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이사를 시작으로 주변 사무실 전세금도 꿈틀댔다. 테헤란로 인근 사무실 전세금은 3.3㎡당 평균 498만원에서 올 2분기 566만원으로 뛰어올랐다. 바로 주변이 아파트단지여서 상권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달 C동의 입주가 마무리되면 사정은 달라질 전망이다. 서초구청이 파악하고 있는 삼성타운의 상주 인구는 1만2천명, 방문객 2만명, 유동인구는 6만~10만명에 이른다. 서초구청 쪽은 “새로 늘어나는 세수는 연간 50억원 정도 쯤 될 것 같다”며 “이곳이 명실상부한 비즈니스 타운이 되고 유동인구가 서초구 상권으로 유인되면 지역상권이 획기적으로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글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맛집들도 ‘삼성 따라 강남 간다’

1976년 지어져 30년 넘게 삼성그룹의 얼굴이었던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은 앞으로 1년 동안 손질을 거쳐 삼성증권·삼성카드 등 독자 사옥이 없는 금융계열사들이 입주하게 된다.


상아색의 28층(4층과 13층이 없어 실제는 26층) 빌딩인 삼성본관은 오랜 세월 사대문 안 빌딩의 상징이었다. 관악산 화기를 막아주던 해태상이 치워진 뒤, 숭례문이 불타고 화기가 통과하는 길에 위치한 삼성본관에 ‘화가 미쳤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원래 예전에 돈을 주조하던 ‘양기로만 채워진 터’라고 소문이 자자하던 곳이다.


고 이병철 회장이 삼성본관을 짓기 위해 외국의 유수 빌딩을 돌아보며 연구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공사 기간을 줄이려고 미리 외벽을 제작해 붙이는 공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첫 사례다. 공기 단축을 위해 겨울철엔 층마다 대형 석유난로 120대를 갖다놓고 공사를 강행했다고 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76년 준공식 때 손님들이 제일 얘기 많이 한 게 ‘무슨 주차장을 이렇게 크게 지었냐’는 것과 ‘왜 1·2층을 터서 로비로 만들었냐’는 것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자동차가 아직 9만4천대이던 시절인데다가 1·2층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선견지명’(?) 덕에 지금까지도 웬만큼 주차가 가능하고, ‘디럭스 로비’ 600여평 뒤편에 디지털제품 전시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수십년 동안 점심시간만 되면 삼성본관 뒤에 쏟아져나와 담배를 피우는 삼성맨들의 모습은 이 일대 오피스빌딩가의 상징이었다. 주변에 유명한 맛집도 많았던 이곳, 최근 몇 달 사이 직원들 회식이 많았던 ㅎ부대찌개 등 몇몇 식당은 재빨리 강남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