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고전음악

생상 / 교향곡 제3번 C 단조 작품 78 `오르간`

풍월 사선암 2008. 8. 1. 22:25

Symphony No.3 in C minor, Op.78 'Organ'

생상 / 교향곡 제3번 C 단조 작품 78 '오르간'

Charles Camiile Saint-Seans 1835-1921

Myung-Whun Chung, Cond / Bastille Opera Orchestra

 

생상 교향곡 3번 Op.78 <오르간>

생상이 남긴 5개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 작품은 파이프 오르간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곡이라서 "오르간"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2악장 형식으로 되어 있다. 통상적인 4악장 형식에서 벗어난 것 같지만, 각 악장이 2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전통적인 4악장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886년 5월 19일에 런던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런던 필하모닉 협회의 의뢰를 받고, 생상스가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악보에 '리스트를 추모하여'라고 적혀 있듯이, 이 작품은 리스트에게 헌정되었다.

4관 편성의 대규모 스케일에 생상스 자신이 가장 잘 다루었던 악기이자 그동안 교향곡 작곡가들이 기피해왔던 악기인 피아노와 오르간까지 가세시킨 이 작품은 마치 거대한 소리의 건축물을 연상케 한다.

제 1악장(Adagio - Allegro moderato)의 1부는 아다지오의 느린 서주로 시작하다가 빠른 본론으로 옮겨진다.


1악장, 1부 (Adagio - Allegro moderato)
Michael Matthes, Organ
Bastille Opera Orchestra / Myung-Whun Chung, Cond


1악장.2부 (Poco adagio)
Michael Matthes, Organ
Bastille Opera Orchestra / Myun-Whun Chung, Cond

제 2악장(Allegro moderato - Presto)의 1부는 보통 교향곡의 스케르초처럼 빠르고 힘차게 움직인다.


2악장. 1부 (Allegro moderato - Presto)
Michael Matthes, Organ
Bastille Opera Orchestra / Myun-Whun Chung, Cond


2악장. 2부 (Maestoso - Allegro)
Michael Matthes, Organ
Bastille Opera Orchestra / Myun-Whun Chung, Cond

생상 교향곡 3번

오르간이라는 악기의 이름을 부제로 삼은 특이함 때문인지 이 작품은 작곡자가 이른바 '교향곡 스페셜리스트'의 대열에는 일반적으로 속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널리 알려져 있으며 대중적인 인기도 높은 편이다. 오르간이라는 악기가 환기시키는 종교적인 분위기는 오랫동안 끊이지 않고 이 곡의 작곡 동기를 둘러싼 한 가지 흥미로운 가설을 제기해 왔다.

즉 생상이 이 작품을 병약해져 가고는 있지만 작곡 당시 아직 생존해 있던 프란츠 리스트에 대해 미리 장송과 찬미의 의미를 주된 내용으로 해서 작곡했다는 내용이다. 더군다나 초고의 표지에 '프란츠 리스트를 추모하며'라고 되어 있는 생상 자신의 기입은 이러한 주장을 더욱 그럴싸하게 들리게 한다. 이것은 작품의 창작 모티브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잘못 생각한다면 위대한 선배 작곡가에 대한 생상의 불경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적지 않은 논란의 소지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내려진 결론에 의하면 문제의 구절은 작품이 발표된 이후에 다시 생상이 적어 넣은 것이며, '오르간'이라는 표제가 불러일으키는 종교적인 분위기와 리스트의 죽음은 적어도 창작 과정상에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거의 확정 짓고 있다.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외국의 뛰어난 작곡가에 대한 런던의 필하모니 협회의 배려와 활발한 교류의 시도가 배어 있는 곡이다. 1866년에 완성된 이 곡은 바로 그 해 영국에서 초연이 이루어졌다.

한편 <오르간>을 작업하던 무렵의 생상은 창작관이나 방식, 음악이 지닌 예술성에 대한 가치 판단에 있어 큰 변화를 보이던 시기였다. 이러한 변화는 2번과 3번 교향곡 사이에 무려 30년이라는 시간적인 간격을 형성했으며, <오르간>에 앞서 작곡된 두 교향곡과의 대비를 통해 작곡자의 새로운 작품은 상당히 뚜렷하게 부각된다. 다양한 악기들이 동원된 1번 교향곡에서와는 달리 이 곡을 작곡하면서 팀파니를 비롯하여 트라이앵글이나 심벌 등 첨가적인 음향을 내는 타악기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으며, 즐겨 사용하던 하프는 아예 제외시켜 버렸다. 이 무렵의 생상은 한정된 형식 속에서 원숙한 기법들을 동원하여 힘과 엄중한 통일성이 느껴지는 곡을 작곡하고자 하고 있다.

작품의 내적인 통일성과 연속된 긴장을 위해 내용적으로야 어찌 됐건 외형상으로 드러나는 교향곡의 악장 수를 줄이려는 시도는 프랑크나 시벨리우스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오르간> 교향곡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표제와 내용에 의해 부여되는 엄숙한 느낌은 차분하고 순정한 사운드와 결합하여 거대하면서도 난잡하지 않다. 이 작품은 내용상으로는 전통적인 형식인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지만 외형상으로는 두개의 악장으로만 되어 있다.

이런 구성은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생상의 다른 작품들, 즉 <피아노 협주곡 4번>이나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 75>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순수한 기악 교향곡으로서 오르간이 함께 사용된다는 점 이외에 무엇보다도 특이한 점은 1악장에서 푸가 형식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푸가를 이렇게 전면에 내세운 다른 예는 모짜르트의 교향곡 <주피터>의 마지막 악장뿐이다. 이 작품을 통해 생상은 옛 울림과 형식에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4악장 형식으로부터의 발전적 이탈이라는 자기 시대의 교향악에 부여된 중대한 형식상의 과제를 함께 수행한 셈이다.

정명훈(Myung-Whun Chung, 1953.1.22~)

1953년 1월 22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4세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7세 때 서울시교향악단과 협연을 할 정도로 음악에 자질을 보였다. 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1963년 시애틀교향악단과 협연하였고, 1975년 매니스음악대학교 피아노과를 거쳐, 1978년 줄리아드학교를 졸업하였다.

1974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피아니스트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듬해 1975년 줄리아드학교 학생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맡으면서 지휘자로 진로를 바꾼 후, 다음해 뉴욕 청소년심포니 지휘자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지휘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 뒤 영국 런던필 객원지휘자, 프랑스 파리관현악단 객원지휘자 등을 거쳐 독일 자르브뤼켄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이탈리아 피렌체관현악단 수석 객원지휘자 등을 역임하면서 지휘자로서 확고한 발판을 굳혔다. 이어 1989년 프랑스의 세계적인 오페라단인 국립 바스티유오페라극장 음악총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으면서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로 인정받았다.

1992년에는 음악을 통해 인류의 화합에 이바지한 공로로 초대 국제연합 마약대사로 임명되었고, 이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1997), 아시아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창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1997),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1997),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2000)을 지냈다. 2000년 10월부터는 일본 도쿄필하모니오케스트라 예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니니상(1989), 프랑스 올해의 음악상(1991), 프랑스 비평가상(1991), 프랑스 국가훈장(1992), 프랑스 음악의 승리상(최고의 음반상, 1995), 금관문화훈장(1995), 호암상 예술상(1997), 프랑스 클래식 음악의 승리상(2003) 등을 받았고, 1995년에는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서울협회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