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자전거가 있는 풍경

풍월 사선암 2008. 7. 25. 13:56

 

 

 

 

 

자전거가 있는 풍경


책 소개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자전거는 손쉬운 근거리 이동수단이었을 뿐 아니라 신나는 놀이기구이자소중한 친구 같은 것이었다. 한때 자동차의 급격한 보급으로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했지만 환경 문제와 고유가 문제가 불거지고, 건강과 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석 연료 없이 자력으로 달리는 자전거에 사랑이 커져 가고 있다.


늘 우리 생활 주변에 있었던 자전거였기에 누구나 하나쯤은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을 자전거에 관한 추억……. 오늘을 함께 사는 사람들이 이 추억을 공유하며 정서적 체험을 나눌 수 있도록 자전거를 사랑하는 유명 작가, 사회 저명인사 18인의 풍경 같은 글을 따뜻한 그림과 함께 엮었다.


추억 속으로 떠나는 자전거 여행


자전거는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러니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에 덜렁 올라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균형을 잡아가며 자전거를 타기는 서커스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건 거의 서커스에 가까웠다.(...) 몸무게도 키도 자전거에 턱없이 모자라는 꼬마가, 한쪽 다리를 꺾어 빗장처럼 지르고, 쉴 새 없이 다리를 움직이며 자전거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 손은 안장을 감싸 안고, 겨우 다른 한 손으로 핸들을 움켜쥐고 달리는 모습. 말의 한쪽 옆구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초원을 달리는 몽골 인들의 기마술보다 훨씬 더 신기하고 장한 모양이 아닌가 -14쪽(구효서) 그렇게 어린 가슴속에 들어앉은 자전거는 정 많던 삼촌의 얼굴이 되기도 하고, 사춘기 시절 가슴을 떨리게 했던 소녀의 크고 맑은 눈동자가 되기도 한다.


성국이 삼촌의 짐자전거는 이때도 우리 형제들의 기다림 속에 다시 백 리 길을 달려왔다. 외할머니가 농사지은 참외와 수박부터 쌀과 보리(...) 먹을거리만큼 좋았던 것은 외삼촌의 그윽한 음성과 웃음소리였다. 그 단단한 근육으로 조카들을 하나는 안고 하나는 등에 지고 목말까지 태우며 놀아주는 외삼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40쪽(안재성)


자전거 핸들에 건 가방에서 숙제 뭉치가 빠진 것이다. 그 아이에게 종이를 건네받으면서 눈이 마주쳤는데, 나는 그만 가슴이 철렁하였다. 세상에, 저렇게 예쁜 눈이 있다니. 정말 크고 맑은 눈이었다. 나는 얼굴이 붉어져서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후다닥 자전거를 돌려 내빼다시피 교문을 벗어났다. -67쪽(이상대)


지은이들이 다양하다 보니 저마다 자전거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김연수와 권지예는 자전거 도둑에 관한 얘기를, 정성일은 자전거가 등장하는 영화, 방현석은 베트남에서의 자전거 얘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함께 들어가 있는 마음 따뜻한 삽화는 글과 어우러져 소중한 추억으로의 여행을 이끈다.

 

 

 

 

 

 

 

 

환경과 자연을 위해, 건강을 위해


환경문제와 고유가 문제, 레저와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전거를 상용하는 마니아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가 환경문제와 교통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정책적 인식은 아직도 미미하다. 선진 외국의 많은 도시에서는 대기 오염 문제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대체 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이용된다.


암스테르담 시는 1980년대부터 주차장을 보행 광장으로 조성하고 간선 도로의 대부분을 자전거 도로로 할애하는 한편 이면 도로의 자동차 출입을 제한하는 등 획기적인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암스테르담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의 통행 분담률이 33%에 달하게 되었다.- 191쪽(이치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늘어난 자동차와 시끄러운 경적에 밀려 도로 가장자리로 밀려난 자전거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인다.


낭만적으로 상상했던 자전거 순례는 그야말로 지옥길이었다. 자동차들은 약자인 자전거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로 교통에 방해자로 여기고 달리는 자전거 쪽으로 위협적으로근접해 무력시위를 하는 차량도 적지 않았다.-170쪽(박찬석)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많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자전거는 대단히 매력적인 이동수단이며 자동차를 타고 다닐 때 못 느꼈던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과 햇살과 구름을 낱낱이 감상할 수 있게 해 주고 해방감을 만끽하게 할 수 있게 해 준다.


맨 처음 자전거 페달에 발을 올려보던 불안불안하고 조마조마한 순간, 스쳐 지나치던 사람과의 인연, 나만이 알고 있는 환상의 드라이브코스... 맑고 푸른 공기를 가르며 두 다리를 힘껏 놀려 땀 흘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독자들도 소중한 나만의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터파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