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좋은글

마음을 숨기는 벗이여

풍월 사선암 2008. 5. 7. 11:34

 

 

마음을 숨기는 벗이여

                                                       

살아 온 세월보다 더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바람향내 맡으며 살아가야 할 길 있다면

멈칫거리지 말고 길 나서세

주어진 날들이 나에겐들 짐이 되겠는가!

자네에겐들 거치겠는가!

생각해보면 누구에겐들

아름다운 날들이 아니겠는가!

뭘 그리도 각박하게 사는가!

눈인사라도 하고 살지

왜 손님처럼 어색하려하는가!

자네와 나 사이에 맺어진 우정이란 그리

무가치한 것이 아니거늘 무엇 때문에

마음 숨기려하고 늘 기웃거리기만 하는가!


벗이여! 내 사랑하는 그대여!

자존심 따윈 벗어던지자

먼저 인사하고 먼저 안부 물음이

그리도 지는 삶이던가!

이기면 무엇하고 설령 져 주면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그 어디 있겠는가!

이기려고도 하지 말고 져 주기를 바라지도 않는

우리의 만남이 우정 아니던가!

세월의 흔적이 만들어 놓은 어색함이라할지라도

그 많은 이전의 시간이 이미 우리를 가까이 묶어 둔 것을

운명이라고 믿는 신뢰를 다시 한 번 매듭지으세!

우리 사이에 이제 변명은 어울리지 않는 사치일 뿐일세!


더 이상 몰래 왔다가 사라지는 숨바꼭질 같은

아이들의 장난은 묻어두고 불혹에 걸 맞는 무게의

이름을 불러주기로 하세

벗이여!

내 사랑하는 그대여!                 

- 김철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