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영상/산행사진

단양 제비봉-2

풍월 사선암 2008. 5. 2. 00:46

 

 

 

 

 

 

 

 

 

 

 

 

사진제공 : 김용빈 사우 

 

강남 한마음 산악회 / 4월15일 제비봉 산행

구미마을 - 어름골 - 705봉 - 제비봉 - 544.9봉 - 다람쥐골 - 매표소

 


 

우리나라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보면,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를 구분하는 경계가 바로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이다.

백두산에서 줄기차게 남진하던 백두대간이 태백산에서 90도를 꺾어 동(東)에서 서(西)로 한반도를 횡으로 가르면서 산맥의 주름을 높고 깊게 만든 곳이 이들 산악 지역이다.


1,000m 가 넘는 20여 개의 봉우리는 문화와 역사를 갈랐다. 속리, 월악 사이를 넘는 큰 재가 이화령과 조령이요, 월악, 소백 사이를 넘는 큰 재가 바로 죽령이다. 월악산은 바위병풍 산이면서 대간마루금 상으로부터는 걸어서 한나절은 걸릴 만큼 비켜서있다.


대략 천 미터 산들인 하설산, 문수봉, 용두산, 도락산 또한 대간 마루에서 비켜나있다. 위세 당당하던 천하의 백두대간이 이곳 월악산 지역을 지나면서는 오히려 몸을 낮춰 문수, 하설, 월악을 올려다보고 지나야 한다.


그런 만큼 월악산지역은 지세가 복잡하고 험하다. 단양8경이니 하는 명소가 많다는 것은 바위산이면서 골이 깊다는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험한 이곳에 충주댐을 막아 인공호수를 만들어 놓았으니 그림처럼 투영된 충주호의 바위산은 하늘과 물이 뒤바뀐 듯하였다.


월악산국립공원 지역에 위치한 제비봉(721m)을 향해, 2008년 11월 22일 컬럼비아스포츠웨어 필드테스터 일행은, 쉽게 갈 수 있는 자동차길을 버리고, 멀리 돌아 충주나루에서 배에 올랐다.


청풍명월의 고장이요, 강상(江上)에서 바라보는 옥순봉, 구담봉의 자태, 금수산의 바위, 그리고 휘돌아 물 위를 질주했던 아침 물안개... 그런 감흥들은 선택이 탁월했음을 확신시켜 주었다.


쌀쌀한 날씨 덕에 유람선에 승선한 사람도 많지 않아, 멀리 보이는 월악연봉과 겹치고 서린 주변 풍광은 운치를 더했다. 멀리 소백산도 조망되었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보면 청풍의 옛 이름은 '사열이'(沙熱伊)로 되어 있다.

'상쾌한 바람' 이란 뜻의 순수한 우리말인 ‘사여리’를 한자음을 빌어 '사열이'(沙熱伊)로 쓴 것이다. 즉 신라의 향찰(鄕札) 표기인 것이다. 그런데 한학자들이 우리말 ‘사여리’를 다시 한문 투로 바꾸어 淸風(청풍) 이라 표기한 것이다.


천 년 전에 이 지역을 '사여리'라 했다하니 초겨울 '사여리호반(淸風湖畔)'에서 맞는 사여리 또한 천년 후라고 다를 리 있겠는가!


충주나루에서 10시 출발하여 11시 40분에 장회나루에 닿았다. 1시간 40분의 멋진 호수를 통한 어프로치(본 등반을 하기 위해 등반 목적지까지 가는 산행)가 끝난 셈이다.


찬바람에 약간은 굳어진 근육을 스트레칭으로 풀어주고 날으는 제비를 좇아 제비봉 산행에 나섰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제비봉은 연비산(燕飛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제비가 나는 형상인지, 강남 갈 제비들이 큰 산을 넘기 전에 이곳에서 목을 축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제비봉 보다는 연비산이라는 이름이 왠지 더 와 닿는다.


연비산(제비봉)은 장회나루와 외중방리(얼음골) 둘 중 한 곳을 들머리로 잡으면 된다. 올라간 코스와 그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면 된다. 장회나루와 외중방리는 차로 이동할 경우에 5분이 채 안되는 거리다.


제비봉 등산의 일반적인 코스는, 외중방리를 들머리로 하여 얼음골로 정상에 오른 후 장회나루로 내려오는 것이 무난하다. 얼음골로 하산 코스를 잡으면 무릎에 무리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회나루 하산 코스는 충주호를 바라보면서 하산하므로 피로감을 덜어주기도 한다. 지나친 인공계단이 자연미를 감소시키는 아쉬움은 있지만...


산행이 끝나는 시간을 봐가면서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왕복 1시간 거리인 구담봉이나 옥순봉에 갔다 오길 권한다. 옥순봉(330m), 구담봉(280m)은 배를 타고 감상하는 것이 제 맛이지만, 봉우리에서 충주호를 조망하는 것도 충분한 감동이 있다.


컬럼비아 필드테스터 일행 38명은 장회나루에서 곧장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했다.

고도를 높일수록 충주호는 더욱 쪽빛으로 변해 갔고, 몇 백 년은 됨직한 노송은 그 굵기가 두 아름이 넘는다. 한 두 그루가 아닌 제법 군락을 이루고 있는 연비산(제비봉) 노송은 보호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노송들이다.


호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말목산(710m)과 그 너머 금수산(1,016m)이 바로 지척간이다.

정상 아래 얼음골 하산로에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예상치 못한 잔설까지 눈에 띤다. 작은 능선을 살짝 넘어서면 급경사 하산로가 외중방리까지 이어진다.


외중방리에 가까워지자 드물게 볼 수 있는 상록 관목인 꼬리진달래(다른 이름은 참꽃나무겨우살이) 군락지가 나타났다. 원래 꼬리진달래는 경북과 충북, 강원도의 경계 산악 지역의 양지바른 곳에 식생 하는데, 완전 음지인 그래서 얼음골로 불리는 이곳에 군락지가 있는 것이 특이하였다.


제비봉 산행은 대학자인 퇴계 이황과 관기(官妓) 두향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산행이어서 즐거움이 배가(倍加)된다.

충주호에 수몰된 두향의 묘는 원래 위치보다 조금 높은 곳으로 이장해 놓았는데, 제비봉 정상과 장회나루 사이 등산로에서 계속 조망된다.


퇴계는 1501년에 태어났으니 우리와 500년 정도의 세월 차이다.

그는 두 번 결혼하였으나 모두 사별(死別)하였다. 첫 부인 허씨는 아들 둘을 낳았지만 퇴계가 혈기 왕성하던 27세 되던 해에 세상을 떴다.

3년 상(喪)이 끝나고 권씨와 재혼했지만 퇴계 나이 46세에 실성했다고 알려진 권씨 부인과도 사별했다.


이듬해 안동부사로 제수되었으나, 스스로 사양하고 외직인 단양군수를 자청하여 부임한다.

48세에 단양군수로 부임했는데 둘째 아들이 세상을 먼저 떠나버리는 등 인간적인 상심이 겹치는 어려운 시기를 단양에서 맞이한다. 이 시기부터 그는 관직을 멀리하고 학문에 전념하게 되는데....

복잡했을 그의 심경에서 관기인 18세의 두향에게 마음을 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인지상정일 것이다. 꼭 '두향'이 아니었더라도 그의 마음은 또 다른 두향을 맞이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9개월이란 짧은 단양군수 시절 두향과 퇴계의 정분은 깊었던 모양....

두향은 퇴계와 이별을 하면서 저고리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차라리 젖가슴 하나를 베어내 당신을 향한 미망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 후 퇴계가 70세에 임종을 하는 그날(퇴계는 임종하기 전 자신의 사후 장례 절차를 유언한 후 조용히 좌선하여 죽음을 맞이했음) 두향이 선물했다고도 하는 매화 화분에 물을 잘 주라 당부하였다 하며 퇴계가 죽자, 두향도 따라 죽었다고 한다. 퇴계의 출중한 학문이나 사상은 언급할 필요가 없을 터이나, '퇴계의 여자'는 무언가 가슴 한편에 문신처럼 남는다.


두향의 묘가 건너다보이는 곳에서 하산주라도 한 잔 하면 어떨지!! 퇴계의 초상화가 그려진 천원짜리 지폐라도 한 장 꺼내 놓고서 말이다.


마운틴월드(www.mountainworld.net)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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