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좋은글

가까이 하기에 먼 사람

풍월 사선암 2008. 3. 8. 12:21

  

가까이 하기에 먼 사람  


                             詩.배성근 & 낭송.강진주


하루 일상을 거두고 귀갓길이 무겁고 힘들다

길게 뚫린 길 위에 두 눈 부릅뜨고 달려드는 차창 틈

겨울바람이 그리 차갑지는 않지만

내 어깨에 움츠린 가슴속 온기는 느낄 수 없다.


그리 육체의 피로는 없는 것 같은데

내 마음을 짓누르는 무게가 점점 더해가고 힘이 든다

늘 가슴속에 파고드는 애정의

그림자가 두려움으로 그려진 당신

가까이 다가서려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머리를 내리치는 소리가 가슴 짖어 놓는다.


그래서 난 언제나 당신 곁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지울 수 없는 문신을 새겨 놓고 싶은

이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인 것은 분명한데

당신을 내 가슴에 묻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날까지

심장 박동 속에 넣어두고 싶지만

멀어져가는 당신은 가끔 절망 속에

속세를 떠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 모습이 괴로울 뿐이다.


눈을 뜨고 걸어보아도

눈을 감고 걸어보아도 심장 한가운데서 밀어내는

따뜻한 혈류는 분명 흐르고 있는데

가까이하고 싶은 하루는 그렇게 뉘우치고

성숙을 더하다 못해 서서히 꺼져가는 모닥불인 것처럼

또다시 텅 비어 소리 나지 않는 혼자만의 하루가

가슴깊이 미어져 쓸쓸해져 온다.


혼자이기를 거부하는 나를 사랑으로 채워 준다면

얼마 남지 않은 삶이 그다지 외롭지 않은 길인 것을

함께 걸어갈 수 없는 쓸쓸한 삶의 여정에

그리움에 찻잔을 들어 쓰디쓴 갈색추억을 마시며

혼미해져 가는 난 망부석으로 변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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