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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아프고 바빠도 90일을 버텨라

풍월 사선암 2007. 12. 5. 12:15

아프고 바빠도 90일을 버텨라

5년 연속 '美최고외과의사' 제임스 하마다 박사


디스크 90%는 저절로 완치돼

침술은 훌륭한 치료보조 수단

새 협착증 수술법 서구서 인기


미국 LA 할리우드장로병원 제임스 하마다 박사는 2003~2007년 5년 연속 ‘미국최고외과의사(America’s Top Surgeon)’에 선정된 척추 전문의. 미국 소비자조사심의회가 선정하는 ‘미국최고외과의사’는 척추 분야에서 매년 25~50명을 선정한다. 5년 연속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외래교수 임용을 위해 방한(訪韓)한 하마다 박사를 만났다.


―척추수술을 둘러싼 과잉진료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어떤가?

“물론 있지만 심한 편은 아니다. 척추수술의 정당성 여부는 다른 의사들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peer review process). 만약 불필요한 수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 의사는 해당 병원에서 일할 수 없게 된다. 또 의사는 수술 내용에 대한 기록을 수술비용을 대는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하므로 이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검증이 된다(second review process). 때문에 의사가 상업적 목적으로 불필요한 수술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 해마다 박사가 척추 모형을 이용해 디스크 등 척추질환에 관해 설명하 있다.


―한국에선 “척추엔 칼을 대지 말라”는 말이 있다. 수술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수술을 받았다 후유 장애가 생긴 사람들의 경험담이 과장돼 전파되는 것인가?

“수술기술이 크게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은 가급적 안 하는 것이 좋다. 척추 분야에는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이 있고, 모든 의사는 이 원칙들을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디스크 환자는 적어도 초기 30일, 보통은 90일 정도까지는 수술을 해서는 안 된다. 디스크 파열로 인한 통증 환자의 약 90%는 30~90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좋아진다. 수술을 서두르면 몸이 저절로 자연 치유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물론 튀어나온 디스크의 크기나 위치, 척추관(管)의 사이즈 등에 따라 예외가 있을 수는 있다.”


―빨리 수술해야 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

“세가지 경우뿐이다. 첫째 심각한 통증이 있는데 다른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 둘째 디스크에 신경이 눌려 마비가 오는 등 신경학적 증상이 있을 때, 셋째 신경이 눌려 배뇨 및 배변 기능에 장애가 있을 때다. 이런 경우엔 90일 이전에라도 수술이 필요하다.”


―90일까지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설혹 90일 뒤 저절로 낫는다 하더라도 직장 등의 이유로 차라리 빨리 수술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 환자가 원한다면 원칙도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원칙은 바뀔 수 없다.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환자라도 가벼운 운동과 물리치료, 소염진통제 등으로 90일까지 버티는 것이 좋다. 물리치료 중에는 ‘맥킨지 프로그램’이란 특수한 운동이 있는데, 이 운동은 디스크에 눌린 신경의 위치를 이동시켜 통증을 크게 완화시킨다. 한국에도 이 운동기계가 많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안다.”


―침, 추나요법 등 한방치료가 척추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나?

“수술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 동원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침술 등 대체요법이 많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말한, 수술을 빨리 해야 하는 세 가지 경우가 아니라면, 침 등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한국 한의사들은 자연적으로 낫지 않는 환자까지 침술로 완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환자가 침을 맞고 완쾌됐을 때 그 환자가 침 때문에 나았는지, 저절로 나았는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미묘한 문제다. 한의사들은 침술로 완치시켰다고 주장하겠지만 내가 아는 과학적 사실에 따르면 침을 맞고 낫는 환자라면 침을 맞지 않아도 낫는다. 문제는 저절로 나을 때까지 어떻게 통증을 관리하는가 하는 것인데, 물리치료나 진통제처럼 침도 좋은 통증 관리 수단의 하나일 수 있다. 침으로 통증을 견디는 동안 디스크가 저절로 완치됐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침의 효과는 그 정도까지다.”


―최근 인공디스크 삽입수술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서도 논란이 많다. 이 수술은 이론적으로 매우 훌륭하며, 또 어떤 환자에겐 매우 효과가 좋다. 문제는 효과가 없는 환자도 있다는 것인데, 이런 환자는 척추 뒤쪽에서 통증을 느낀다. 의사는 수술 효과를 95% 이상 확신해야 수술을 하는데, 이 수술은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70~80% 밖에 예측할 수 없어 수술을 꺼리는 의사들이 많다. 인공디스크 자체가 매우 비싼데다, 보험회사가 ‘효과를 장담할 수도 없으면서 왜 비싼 수술을 했느냐’고 따지면 의사는 곤란해 진다.”


―새 척추관협착증 수술이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 인기라고 들었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고전적 척추관협착증 수술은 척추 마디와 인대, 근육까지 모두 제거하거나, 불안정한 척추를 나사 못 등으로 굳히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의 뼈는 대부분 매우 약하거나 골다공증이 있어 나사를 박은 척추가 주저 않는 등 다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다. 최근 인기를 끄는 ‘X-STOP’이란 새 수술법은 이런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미국에선 18개월 전 FDA 승인이 났는데 지금껏 약 5000명 정도가 이 수술을 받았고, 유럽에서도 7000명 정도가 이 수술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수술 결과가 매우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 수술이 아직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임호준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