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퇴직 남편의 '젖은 낙엽 증후군' 극복법

풍월 사선암 2007. 7. 25. 16:24

퇴직 후 아내에게 일거수일투족을 의존하며 집 안에만 있는 남편들 때문에 '은퇴남편 증후군'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시쳇말로 '젖은 낙엽 증후군' 이라고도 불리는 상황은 부부의 노년기 행복을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case 1

59세의 주부 권씨. 금실 좋다고 이웃에 소문날 정도는 아니었어도 오순도순 반평생을 함께 살아온 남편이 요즘만큼 짜증스럽게 느껴질 때가 없다. 최근 30여 년 다니던 직장을 정년퇴직한 남편이집을 어지르며 번잡스럽게 구는 것도 모자라 하루종일 자신의 옆에 붙어 잔소리를 해대기 때문이다. 처음엔‘적응하느라 저러겠지’하는 안쓰러운 마음에 아무 말도 안 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 한 달을 넘기면서 그녀의 참을성도 바닥이 났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우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아침에 눈을 뜨면 이젠 골치부터 아프다.


case 2

남편이 은퇴한 뒤 매일같이 남편 점심상 차려주느라 한동안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나러 외출하면서 상을 차려놓고 나갔던 56세의 주부 서씨는 집에 돌아와 밥이 그대로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왜 밥을 안 먹었느냐”는 그녀의 물음에 남편 답이 걸작이었다. “수저가 어딨는지 몰라 못 먹었다”는 것이다. 눈앞에 있는 수저통에서 자신의 수저도 찾지 못하는 남편을 보자니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엔 권씨나 서씨처럼 퇴직한 남편 수발에 대해 고통을 호소하는 주부를 주변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에서는 천덕꾸러기가 된 늙은 남편을 일컫는‘젖은 낙엽’이라는 단어가‘황혼 이혼’과함께 몇 년 사이 신조어로 급부상하면서 ‘은퇴 남편 증후군(Retired Husband Syndrome)’ 이라는 ‘병’ 까지 낳았다.


아내의 희생정신이 남편들의 살림 무관심을 이끈다.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는 건 기본적으로 남편들의 가정 내 자립도가 형편없이 낮은 게 근본적인 이유다. 2006년 조선일보와 행복 가정재단의 공동조사를 보면‘세탁기 사용법을 알고 옷감별로 구분해 세탁할 수 있다’고 답한 남편은 전체 응답자 중 40%에 불과했고,‘ 그렇지 않다’와‘전혀 아니다’라는 응답이 전체의 48.3%를 차지했다. 또‘세 가지 이상의 음식(라면 제외)을 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42.5%에 그쳤다. 연령대별로도 큰 차이를 보였다. 30대는 평균 63점이었으나, 한창 직장에 몰두하는 시기인 40대는 연령대 중 자립지수가 가장 낮아 53.8점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남편의 자립지수가 현격히 낮음에도 한국의 대부분 남편들은“아내들의 불만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며 심각한 문제로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오직 이들만이 이렇게 독야청청 가부장적 태도를 견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복가정재단의 김병후 박사는“부인들이 참으면서 수발을 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충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충돌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은‘우리 집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아내들은‘솔직히 남편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특히 40대 이후의 자립지수가 현격히 떨어지는 것에 대해 김병후 박사는“아들이라는 이유로 어려서 어머니에게 대접받고, 결혼해서는 아내로부터‘수발'을 받아온 남자들은 가정 일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립 못하는 내 남편 이렇게 바꿔라.

 

아주 사소한 가사부터 맡겨라.

처음부터 남편에게 요리나 세탁을 맡길 경우엔“가족을 위해 평생 뼈 빠지게 일했는데, 이제 살림까지 배우라는 거냐”는 남편의 반발을 듣기 쉽다. 이럴 때는 우선 뭔가 할 일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공과금 내는 일 등 아내가 하던 일 가운데 자존심 상하지 않을 만한 일을 골라 남편에게 맡기면서 조금씩 가사를 분담한다.


외출할 경우, 남편에게 양해를 구한다.

볼 일이 있어 외출할 경우, 남편의 양해를 부드럽게 구한다. “가스 잘 잠그고, 불조심하고, 지퍼 조심하고, 마누라 찾아 징징대지 말것이며, 라면이나 끓여먹고 있으라”는 일명‘까불지 마라'식의 대사는 남편에게 위축감만을 안겨줄 뿐임을 명심하자.


처음부터 다그치지 말고 끈기있게 남편이 가사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준다.

항상 무엇이든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의 주부들은 집안일을 하겠다며 오히려 일거리를 만들어 놓는 남편들에게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 이라며 윽박지르기 쉽다. 그러나 무엇이든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편들의 자립심이 커지길 원한다면 그렇게 될 때까지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칭찬은 남편도 춤추게 한다

남편이 도와준 집안일이 조금은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칭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에 안 들어 남편 몰래 다시 하는 한이 있어도 “당신이 도와줘서 내가 너무 편했어. 고마워” 하고 말해보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남편도 자립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