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경제,부동산

종부세가 그려낼 강남의 미래

풍월 사선암 2007. 3. 26. 08:01

sun

종부세가 그려낼 강남의 미래


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주택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강남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려 서민들도 마음만 먹으면 강남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낼 것인가, 아니면 강남 아파트를 부자들만 살 수 있는 폐쇄된 곳으로 만들어 버릴 것인가.


서울 강남 도곡렉슬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는 외제 고급승용차 뿐만 아니라 국산 중소형 승용차도 많이 볼 수 있다. 30평대 아파트 가격이 15억원 안팎이고 26평형 아파트도 9억원 안팎인초고가 아파트 단지이지만, 이곳에는 소득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꽤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도곡렉슬 아파트가 생기기 이전의 ‘도곡 주공아파트’시절부터 살던 사람들이다. 10평대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부자는 아닐 것이라는 짐작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탁월한 안목이든 아니면 재수가 좋아서이든 관계없이 집값이 오른 덕분에 상당한 재력가가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득이 함께 늘어난 것은 아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난 주택 보유세는 소득이 많지 않은 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돈이다. 도곡렉슬 아파트의 30평대 소유주가 내야할 세금은 연간 700만원이 넘고, 내년에는 더 늘어난다고 하니 계속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 결과 이들은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말한 것처럼 집을 팔아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할 것이고, 빈 아파트에는 고급 승용차를 가진 사람들이 들어올 것이다.


서울 강남과 목동 분당 등 인기지역의 다른 아파트들도 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지역의 값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올해 주택 보유세를 상당히 많이 내야 한다. 국세청 공시가격이 10억원을 넘을 경우에는 올해 600만원이상 내야 한다. 샐러리맨 입장에선 세금부담 때문에 퇴출될 수도 있는 상당한 위기다. 앞으로도 매년 보유세가 오르도록 설계가 돼 있으니 세금을 낼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조만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불로소득으로 많은 돈을 벌었으니 그 정도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적지 않다. 이들의 횡재를 부러워하고 시샘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집값 상승으로 많은 이득을 봤다고 해서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떠나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결국 강남 아파트 단지에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완전히 쫓겨나고 부자들로 채워지게 생겼으니, 이는 사회 통합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집값이 올라 생긴 불로소득의 일부를 징수하기 위해 보유세를 활용하는 것은 사실 엄청난 반칙이다. 왜냐하면 주택 매매차익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과세하기 위한 세목은 양도소득세이기 때문이다. 주택 보유세는 말 그대로 주택을 갖고 있음으로써 누리는 여러 가지 대가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이다. 예컨대 유한한 재원인 땅을 소비하고, 경찰 소방 교육 등의 사회적 공익재들을 향유하는 대가로 세금을 낸다. 하지만 정부는 집값이 오르는 것에 비례해서 세금이 늘어나도록 만들어놓았다.


정부의 보유세 정책이 계속될 경우 서울 강남 아파트는 고소득자들만 사는 곳으로 점차 변해갈 것이다. 집값이 오르는 행운을 잡게 된 사람들은 상당한 현금을 챙기는 정도로 만족하고 강남을 떠나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참여정부가 이런 사회가 도래하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한 것은 전혀 아닐 것이다. 정부의 의도는 투기를 없애 주택을 실거주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들은 거꾸로 온갖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등록일  03/21 11:35 /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