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국으로 뒷풀이
1월 9일 / 강남 한마음 산악회
* 대관령 휴게소-대관사-항공무선 표시소-새봉-선자령-860봉-초막교(약 4시간 소요)
강원도 평창 선자령 눈꽃트레킹
새해를 맞이하며 품었던 굳은 결심 아직도 유효한가?. 아주 작은 눈짓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족’에 합류한 것은 아닌지. 혹시라도 그렇다면 다시금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달콤한 유혹은 세찬 바람에 모두 날려 보내고 복잡한 머리와 답답한 가슴도 시원하게 게워내는 신년맞이 여행. ‘한국의 알프스’ 선자령으로 눈꽃트레킹을 떠나보자.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강원도 평창, 그중에서도 백두대간의 매봉(1173m)과 곤신봉(1131m) 바로 아래 자리한 선자령은 겨울산행의 특별한 매력이 숨 쉬는 고개다. 태백산이나 덕유산과같은 기막힌 설화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장쾌하게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파노라마와 눈 덮인 초원의 부드러운 능선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터뜨리게 만든다.
게다가 선자령은 동네 뒷산처럼 등산하기 수월하다. 겨울산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별 무리 없이 도전 할 수 있다. 고갯마루가 해발 1157m로 꽤 높은 편이지만 등산 시점이 840m 높이에 자리한 탓이다. 선자령 등산은 예전 영동고속도로 대관령북부휴게소에서 시작된다. 횡계 시내를 지나 구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보면 커다란 풍력발전기 서너 대가 눈에 들어온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다. 이곳 맞은편이 휴게소. 양떼목장과 선자령 트레킹의 출발점이다.
등산로는 임도로 가는 길과 우측으로 난 소로가 있다. 어느 곳으로 가도 상관은 없지만 소로를 따라 가는 것이 다소 편하다. 선자령 가는 길은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다. 약간의 오르내리막이 있을 뿐 급한 경사가 거의 없다. 산을 오른다기보다 그저 눈길을 헤쳐 걷는다는 느낌이 강한 산행이다. 걸음을 옮길수록 멀리 언뜻언뜻 드러나는 능선이 포근하다. 그렇게 30여 분쯤 걷다보면 처음의 임도와 소로가 다시 만나고 잣나무가 등성이 좌우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하늘을 향해 뾰족뾰족 창을 세운 듯한 잣나무설화가 인상적이다. 멀리 풍차도 보인다. 거센 바람을 받아 제 몸을 휘돌리며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는 선자령의 명물이다. 그 모습이 동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하고 무척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정상에 가까워오면서 쌓인 눈의 양이 점점 많아진다. 눈이 더 쌓였다기보다는 그간 쌓인 눈이 녹지 않은 것이다. 워낙 바람이 세차 이곳에 쌓인 눈은 2월이 다 가도록 그대로다. 출발한 지 2시간 30분 정도 지나자 드디어 선자령 정상이다. ‘백두대간 선자령’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 보호구역 설정 1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0월 26일 설치한 것이다. 이 표지석보다 더 정겨운 것은 ‘선자령1157m’라고 적힌 자그마한 옛 표지석이다. 새로 만든 것에 비해 볼품없어 보이긴 하지만 거슬림은 없다. 선자령 정상에서는 강릉 앞바다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밀가루를 뒤집어쓴 것 같은 발왕산, 계방산, 오대산, 황병산 등이 벼루처럼 주위를 둘러치고 있다. 햇빛에 부서져내리는 하얀 설원은 시리도록 아름답다.
선자령은 해돋이 산행지로도 부족함이 없다. 워낙 전망이 좋기 때문에 동해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 등산 객들이 더러 찾기도 한다. 다소 구름이 낀 날이라도 해돋이의 기분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보통 바다에서 맞는 해돋이는 수평선 부근에 구름이 내려앉으면 다음을 기약해야 하지만 선자령에서는 장엄한 해가 구름 위로 불쑥 고개를 내밀며 찬찬히 주위를 물들이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하산 길은 왔던 길로 돌아가는 것보다 강릉 초막골로 내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는 눈이 워낙 많이 쌓여있는 데다가 경사 또한 적당해 썰매를 타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 등산객들이 만들어놓은 썰매코스가 있다. 미리 비료포대나 마대자루 등을 준비해간다면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 이 방향의 하산코스는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아이젠과 스틱이 없다면 다소 위험하므로 반드시 안전장구는 챙겨가야 한다. 하나 더, 선자령 일대는 워낙 바람이 세기 때문에 방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