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세월의 시 - 이민영

풍월 사선암 2006. 11. 10. 22:56

 

세월의 시 - 이민영


언제인가

저도 詩속에 살고 있습니다


세월에 안겨

갈 수는 없어서

세월의 詩와 살고 있습니다


세월이 추억이라기 보다


깨움을 이제야 찾는

벗어날 수 없는 詩가 되어 가슴에 남고


걸음마져 무겁고

누추하여 어둡고

어디에도 남겨 놓을 수 없는 족적은

또렷하지못한 횟빛-부끄러움으로

발자욱이 되어 남습니다


수 많은 격정 속에서 애를 태우던

기승전결의 드라마는 

아픔의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당당할 수 없는 어제는

오늘을 위한 바랜 삶은 아닌데도

스스로 낮추어 가는

생의 태도는 허공의 빈 허상 


울게 합니다


떠오른 태양조차도 모르며

떠오른 달조차도 숨죽이던 나는

스스로 만든 어둠 속에서

살고싶은 욕망에 안주합니다


두고 두고도 회억할 수 없는

아픔의 모습은 멀어져 갈 수는 없기에 

보여주지 않으려는 허허로움은

곧장  발자욱만 남깁니다


누구든지 보여지는 하늘은 파랗고

누구든지 보는 하늘은 하얗습니다


눈이 내리는 것도

눈을 맞는 것도

눈 속에 잠기는 것도


그러나 알 수 없는 아쉬움은

음악이 되어

꺼내고 싶지 아니한

밑의

밑의


저 밑의 폐허로 명명된 계곡과

분진의 무덤안에 남겨집니다

자꾸만 자꾸만 남겨집니다.


그리움도 되고 아쉬움도 되고

슬픔이 되어 눈물도 되고

눈물이 되기 싫어하는

지우고 싶은 눈물은

왜 쏟아내야 하는지도 두려워집니다.


오늘

하늘이 파란 이유를

하늘이 하얀 이유를

묻고 갑니다.


세월의 詩는

그렇게 아픔이 되어 지워지지 않는

그리고 자꾸만 울고 있는 별이 되어

또 하나의 별로 하늘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