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시 - 이민영
언제인가
저도 詩속에 살고 있습니다
세월에 안겨
갈 수는 없어서
세월의 詩와 살고 있습니다
세월이 추억이라기 보다
깨움을 이제야 찾는
벗어날 수 없는 詩가 되어 가슴에 남고
걸음마져 무겁고
누추하여 어둡고
어디에도 남겨 놓을 수 없는 족적은
또렷하지못한 횟빛-부끄러움으로
발자욱이 되어 남습니다
수 많은 격정 속에서 애를 태우던
기승전결의 드라마는
아픔의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당당할 수 없는 어제는
오늘을 위한 바랜 삶은 아닌데도
스스로 낮추어 가는
생의 태도는 허공의 빈 허상
울게 합니다
떠오른 태양조차도 모르며
떠오른 달조차도 숨죽이던 나는
스스로 만든 어둠 속에서
살고싶은 욕망에 안주합니다
두고 두고도 회억할 수 없는
아픔의 모습은 멀어져 갈 수는 없기에
보여주지 않으려는 허허로움은
곧장 발자욱만 남깁니다
누구든지 보여지는 하늘은 파랗고
누구든지 보는 하늘은 하얗습니다
눈이 내리는 것도
눈을 맞는 것도
눈 속에 잠기는 것도
그러나 알 수 없는 아쉬움은
음악이 되어
꺼내고 싶지 아니한
밑의
밑의
저 밑의 폐허로 명명된 계곡과
분진의 무덤안에 남겨집니다
자꾸만 자꾸만 남겨집니다.
그리움도 되고 아쉬움도 되고
슬픔이 되어 눈물도 되고
눈물이 되기 싫어하는
지우고 싶은 눈물은
왜 쏟아내야 하는지도 두려워집니다.
오늘
하늘이 파란 이유를
하늘이 하얀 이유를
묻고 갑니다.
세월의 詩는
그렇게 아픔이 되어 지워지지 않는
그리고 자꾸만 울고 있는 별이 되어
또 하나의 별로 하늘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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