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참회 - 정호승

풍월 사선암 2015. 4. 17. 10:46

 

참회(懺悔) - 鄭浩承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 한그루 심은 적 없으니

죽어 새가 되어도

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으리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에 물 한 한번 준 적 없으니

죽어 흙이 되어도

나무 뿌리에 가닿아 잠들지 못하리

 

나 어쩌면

나무 한그루 심지 않고 늙은 죄가 너무 커

죽어도 죽지 못하리

 

산수유 붉은 열매 하나 쪼아먹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걸린 초승달에 한번 앉아보지 못하고

발 없는 새가 되어

이 세상 그 어디든 앉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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